잡지에서 읽은 시

어제 같은 내일의 길목에서/ 이현서

검지 정숙자 2021. 5. 21. 14:46

 

    어제 같은 내일의 길목에서

 

    이현서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소원을 비는 것처럼

  별똥별에 소원을 비는 것이 같은 이치일까 생각하는 사이

 

  투명을 향해 가는 계절

  당신이 뒤늦게 보내온 문장을 예감한다

 

  그리움과 기다림 사이

  습한 구름 문장이 피었다 진다

 

  비밀처럼 서로의 소원을 간직한 채

  밤마다 유성을 향해 몸이 기울었을까 우리

 

  소원은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지만

  촛불을 켜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것도 죄가 될까

 

  누군가 툭 던진 질문 같은, 밑줄을 그은 문장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어제 같은 내일의 길목에서

 

  한 생을 또 견뎌야 한다면

  수소문하지 않아도

  순간이 영원이라는 믿음이 견고하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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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1-4월(627)호 <시>에서

   * 이현서/ 경북 청도 출생, 2009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구름무늬 경첩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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