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가을과 자유/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4. 10. 22:37

 

 

     가을과 자유

 

      정숙자

 

 

  가을엔

  얼마나 많은 자유가

  더 필요한가

 

  불현듯 외로워지며

  대상도 없이 그리워지며

 

  소슬한 바람만 뜰을 지나도

  얼마나 떠나고 싶어지는가

 

  홀로이 누르고 참았던 현실

  귀뚜리가 대신해 울 때

 

  병명도 없이

  앓는 온밤이

  우리에겐 얼마나 큰 괴로움인가

 

  늘상 보던 햇빛, 달빛까지가

  얇아진 마음 잡고 흔들 때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자기만의 자유가 필요한가

 

  그러나, 또한

  그 마음 재우기 위해

  가을,

  가을엔 얼마나 많은

  자기만의 구속이 요구되는가.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을 위하여/ 정숙자  (0) 2012.04.14
전원시/ 정숙자  (0) 2012.04.11
가을 진행/ 정숙자  (0) 2012.04.10
독백/ 정숙자  (0) 2012.04.09
가을의 현/ 정숙자  (0) 2012.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