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가을 진행/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4. 10. 02:51

 

 

     가을 진행

 

     정숙자

 

 

  아,

  가을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간직한

  낭만주의의 고전일러냐

 

  기다리고

  만나고

  헤어지고

  외로워지는 가운데

  바람과 달빛과 벌레 소리를

  슬픔처럼 견디어야 하고

 

  그래서 다시금 그리워하고

  다시금 사랑하고

  다시금 행복해지지 않으면 안될

  이 가을은

  영원 불멸의 새로운 고전

 

  지나다 들른 찻집도 낯설지 않고

  무심히 스치는 사람도 고와 보이는

  가을은, 아아

  삶의 노고에 대한 신의 보상이리라

 

  페이지가 늘면 느는 만큼

  아름다운 제목

  <가을> 앞에

  우린 얼마나 행복한 독자이며

  또한 쓸쓸한 주인일러냐.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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