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독백/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4. 9. 01:44

 

 

     독 백

 

      정숙자

 

 

  가을 있음은

  봄이 있음과 같이

  얼마나 아름다운 변화이냐

 

  천지에 가득한 계절이건만

  누구에겐가 알리고 싶고

 

  도처에 휩쓸리는 낙엽이건만

  혼자 보내는 듯한 외로움

 

  햇발은 봄 여름 내내

  꽃들을 가꾸기에 지쳤음일까

 

  꿈속처럼 깊어지는 이 가을에

  녹슬었던 서정이 섬세해지고

 

  사랑이라는 역을 향해서

  아련히 출발하고픈 서성임

 

  죽은 이도 깨울 것만 같은 벌레 소리

  떠났던 이도 돌아올 것만 같은 억샛길에

 

  나는 왜 자꾸 와 있는 것이냐?

  아프게 아프게 돌아올 이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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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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