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강희근_한국 서정시의 아이콘/ 바위-37 : 문효치

검지 정숙자 2021. 4. 22. 13:01

 

    바위 · 37

 

    문효치

 

 

  군산 호수에는 조용한 물들만 모여 있다

  무슨 소문 무슨 힘이 이들을 이리로 오게 했을까

  하늘 중에서도 고요한 하늘만 여기에 모였다

  비행기의 폭음에 찢어진 하늘 말고

  자동차 매연에 그슬린 하늘 말고

  눈으로 치면 보리암 해수관음의 맑은 눈 같은

  웃음으로 치면 백제 여인 살풋한 미소 같은

  참으로 고요한 하늘이 여기에 와

  저 물에 고요를 섞고 있다

 

  옆에 서 있는 바위

  이러니 고요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

 

 

  ▶ 한국 서정시의 아이콘_문효치 시인(발췌) _ 강희근/ 시인

  인용시는 군산 호수의 맑고 고요한 물과 하늘을 바라보면서 옆에 서 있는 바위도 고요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바위는 청마의 <바위>가 뚜렷한데 여기 문효치 시인이 넘겨다보고 있다. 미당을 백제로 넘겨다 보다가 이제 청마를 바위로 바위 치기를 하고 있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이렇게 씌어지는 바위를 문효치 시인은 힘들이지 않고 물처럼 그 위에 뜨는 하늘처럼 고요하겠다는 것으로 접근한다. 경제적이다. 효율적인 표현을 쓰고 있다. 청마는 바위 자체를 향하고 가는데 문시인은 호수의 물로 빙빙 돌다가 아주 느림의 행보로 바위에 오른다. (p. 시 19/ 론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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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편견』 2020-겨울(16)호 <시인 특집/ 신작시/ 작품론> 에서

  * 문효치/ 1966년 ⟪한국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 『계백의 칼』 『별박이자나방』등

  * 강희근/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과 평론집 다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