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이순희
70대로 보이는 부부
유모차 밀며 산책을 한다
손주를 태웠나 봤더니
개 팔자보다 귀한 금수저 물고
고양이 한 마리 누워있다
공원 잔디밭
한 무리 비둘기 떼가 그림 같다
무슨 심통이 났을까
누가 말려볼 새도 없이
유모차에서 뛰어내린 집냥이
풀밭을 내달린다
한가롭게 누리던 화평
불청객으로 박살이 난다
비둘기 떼 초토화시킨 냥이를
노부부는 손주 놀이 보듯 한다
다정이 줄줄이 묻어 있다
비둘기 떼가 잃어버린 평화쯤이야
안중에도 없다
그렇게 잔디광장 몇 바퀴 돌더니
냥이에게 한마디 한다
아가야, 돌아가자
집으로
쫓겨난 비둘기 떼 어디로 숨었는지
공원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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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지션』 2021-봄(33)호 <POSITION · 4/ 신작시> 에서
* 이순희/ 2002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꽃보다 잎으로 남아』, 가곡 독집 『어디로 가는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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