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의 법칙
정선희
어떤 물고기는 어항의 크기만큼 자라죠
손바닥만 한 어항을 날마다 들여다본다
왜 무늬 안에서만 헤엄을 치는 걸까
수족관에서는 25센티미터까지
강물에 방류하면 90에서 120센티미터까지 성장한다는데
종류가 다르다고 생각했을 뿐, 품종개량은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나도 유행이 지난 구멍 난 낡은 청바지를 짧은 반바지로 리폼한 적 있지
입을 수 없는 것과 벗을 수 없는 것의
물거품을 갈구하는 자세로
큰 것을 작게 만들어 꽃을 그려 나비 한 마리 날아오게 하는 것은
똑같은 종류의 퇴행을 만들어냈어
생각의 차이는 나비를 바지 속에 가두고
공간이 좁아서 그런 거예요
여기서는 환경결정론이 대세를 이룬다
물고기가 마음껏 무늬 밖으로 떠다니도록
바위 옆에 수초도 심고 자갈도 넣자 남해가 출렁거렸다
음악을 들려주자 바위틈에서 꼬리가 리듬을 찾아 붙였다
바위 사이로 리듬이 드나들면서 물보라가 탬버린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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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2020-겨울(60)호 <시에 시> 에서
* 정선희/ 경남 진주 출생, 2002년 『문학과의식』 & 200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푸른 빛이 걸어왔다』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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