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어른과 아이/ 윤동재

검지 정숙자 2021. 3. 30. 15:57

 

    어른과 아이

 

    윤동재

 

 

  사람은 누구나 슬픔을 먹고 어른이 된다

  나이를 백 살이나 먹어도 슬픔을 먹지 못했으면 아이이다

  나이를 다섯 살 먹었어도 슬픔을 먹었으면 벌써 어른이다

 

  지난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는 예순이 넘도록 아이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남의 슬픔도 내 슬픔이 되었다

  남의 슬픔이 내 슬픔이 되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은 나이를 먹는다고 절로 되는 게 아니다

  깊은 슬픔을 딛고 일어설 줄 모르면

  누구도 끝내 어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예순이 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학식이 뛰어나고

  재산을 많이 모으고 지위가 높아도 슬픔을 먹지 않으면

  그냥 아이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슬픔을 먹고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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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 창작』 2020-겨울(168)호 <중견시인 16인 / 신작시>에서

   * 윤동재/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대표작』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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