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김성규
추석엔 집에 오지 말라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일흔이 넘고 농사짓기 힘들다고
이젠 소 팔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니
오지 말라는 전화가 왜 자꾸 오라는 전화로 들릴까
형제들끼리 카톡방을 만들어 명절에 이떻게 할지
벌초를 어떻게 할지 물어본다
아버지도 이제 팔십 넘었어
너무 바빠 카톡도 못보다 집에 와서 핸드폰을 연다
생각해보고 알아서 할게요
벌초는 추석 전날 가서 제가 할게요
카톡을 배우신 아버지 간혹 답장을 하고
명절은 우리가 죄를 사하기 위해 가는 날
필사적으로 가서 우리 죄책감의 무게를 조금 덜어놓고
여자들은 전 부치고 설거지하며 중노동하고
남자들은 벌초하며 힘들어하고
그것으로 우리 할 만큼 다했다고 생색내는 날
배다른 형제로 태어난 아버지
혼자 떨어져 있는 할머니 묘를 나라도 가서 깎아야지
어쩔 수 없이 가야겠다 생각하는데
팔순 넘은 아버지한테 카톡이 왔다
우리 압마 내가 깎았다
---------------------
* 『불교문예』 2020-겨울(91)호 <신작시>에서
* 김성규/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 가나』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밤중에 그네 타기/ 이중동 (0) | 2021.03.21 |
|---|---|
| 김익균_허기진 내 영혼과 함께...(발췌)/ 소식 : 이덕규 (0) | 2021.03.21 |
| 해파리/ 김상미 (0) | 2021.03.20 |
| 벤치 에세이/ 임서원 (0) | 2021.03.20 |
| 그대에게 가는 길/ 전인식 (0) | 2021.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