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벤치 에세이/ 임서원

검지 정숙자 2021. 3. 20. 02:50

 

    벤치 에세이

 

    임서원

 

 

  당신과 백 년쯤 떨어져 앉아

  죽은 물고기처럼 떠오르는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벤치 위에 국화꽃이 떨어져 있습니다

  시들면서 캄캄해집니다 당신은 사소하게 가고 여기는 잘 있습니다

  당신의 세계로 배달되는 구역은 일방적이라 멈춰진 한쪽은

  이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할 이갸기가 있는데 다시 만나도 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답이 먼저 올지도 몰라 온종일 안으로 캄캄하게 시들고 있습니다

 

  그 곳 근처 부유하는 것들은 자정에 몰려들어 몇 세기 후쯤 풀리겠지만 

  지금 마포대교는 차가 밀리고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시듭니다

  시드는 방향은 일방이며 하염없이 닿고자 하면 잊게 될

 

  당신은 가고 무엇인가 걸어두기 좋은 십자가에 불이 켜집니다

  가로수에 앉은 새가

  새가 떠올린 노래가

  노래가 되어버린 겨울이

  그럼에도 간신히 크리스마스는 올 테지만

 

  백 년쯤 떨어져 있는 당신 무릎을 베고 잠들었습니다

 

  잠이 깨서 그 곳의 오전과 오후 사이에서 잠시 헤맸습니다. 몇 세기 후 자정에 당신과 만나겠지만 마포대교는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크리스마스가 있고 나는 충분히 닿고자 합니다 십자가는 너무 높아 무엇도 걸어 둘 수 없습니다 무릎 위에 누워 백 년쯤 떨어져 있는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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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문예』 2020-겨울(91)호 <신작시>에서

   * 임서원/ 2015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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