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5회 불교문예 작가상 수상자/ 대표작> 中
그대에게 가는 길
전인식
가고는 오지 않는 사립 밖
흰 쑥부쟁이 내어주는 길 따라나서면
언제나 발 빠른 슬픔이
샛길로 뛰쳐나와 눈을 가립니다
젖은 풍경 속으로 햇살은 빗살무늬로 내려와
그대와 나 사이 푸른 하늘에 무지개로 걸립니다
세상 어디서나 길은 산으로 향하고
걸어가는 이 길 또한 어딘가에서 멈춰서겠지만
그대 마지막 넘던 길만큼은
흰 구름 둥실둥실 쉽게도 떠나면서
생生의 길은 왜 그리 언덕이 많았습니까?
산국山菊 빛깔 새옷 지어입고
마을 나서던 그날의 노랫소리
오늘은 풀벌레들이 앞서며 뒤서며 따라 부릅니다
가는 길 내내 물밀져 오는 그대 생각에
아무도 없는 하늘 구석 힐끔힐끔
올려다보는 버릇 생겨나기도 합니다
삶의 일부 뚝뚝 끊어 내게 주고 간 그대
이 길 어디쯤에서는 낮달로라도 떠 있겠습니까?
다북쑥으로 엉클어진 마음속
그리움이 만들어 놓은 길에는 끝이 없습니다
그대, 이 세상 어디에도 없기에
세상 어디에나 있습니다
-전문-
*심사위원: 문혜관 문태준 오형근 이석정 권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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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문예』 2020-겨울(91)호 <제5회 불교문예 작가상 수상자/ 대표작>에서
* 전인식/ 1997년 ⟪대구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 1998년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 『모란꽃 무늬 이불 속』 『검은 해를 보았네』, 전자시집 『고약한 추억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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