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라진 단어/ 오민석

검지 정숙자 2021. 3. 18. 02:29

 

    사라진 단어

 

    오민석

 

 

  당신은 내 가슴의 무너진 담벼락

  닫히지 않는 창문

  검은 바람의 통로

  나무는 부르르 떨며 눈물을 흘리고

  빛 아닌 것들이 늪으로 빠져드네

  당신은 내 심장의 구멍

  뚫린 지붕 위에서 천둥이 치고

  불의 언어가 이마를 쪼개네

  당신은 사라진 단어

  돌아오지 않는 손님

  찢겨진 책장冊張

  푸른 정거장엔 흰 바람이 광목처럼 나부끼고

  나는 오늘도 늑대처럼 우네

  들판엔 질경이들 쓰러지고

  민들레 홀씨들은 공중을 떠도는데

  나의 나여,

  나의 너여,

  이제 내 심장 깊숙이 너를 묻으마

  잠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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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 창작』 2021-봄(169)호 <중견시인 16인/ 신작시>에서

   * 오민석/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