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매미 2/ 정병근

검지 정숙자 2021. 3. 14. 03:12

 

    매미 2

 

    정병근

 

 

  지하도 계단에 떨어진 매미를 주웠다. 장대비에 휩쓸린 듯했다. 죽은 줄 알았던 매미가 꼼지락대며 손가락을 껴안고 기어올랐다. 죽으려 했구나. 손끝을 타고 찌르르 진동이 전해 와서 눈물 났다. 뭐랄까··· 사람의 힘이 아닌 그 힘은 미약하지만 꿋꿋하고 의연했다. 계단을 다 올라오자 매미는 몇 번 주춤거리더니 힘차게 날아갔다. 아! 매미가 날아간 후에도 손끝을 박차고 오른 그 반동의 간절한 탄력이 오랫동안 남았다. 신출귀몰도 구사일생도 없이 그저 모르는 것을 모르게 대하는 그런 천성으로 마침내 나를 밀어내며 눈 밖으로 사라진 이 먹먹한 신뢰를 무엇이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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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펀』 2020-겨울(19)호 <이 계절의 시>에서

   * 정병근/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1988년 『불교문학』으로 등단, 시집 『눈과 도끼』 『태양의 족보』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