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위험한 독서/ 김미승

검지 정숙자 2021. 2. 21. 02:49

 

    위험한 독서

 

    김미승

 

 

  천변 모래톱에 발자국이 난무하다

  쫓고 쫓기는 추격이 만들어낸 문장들,

 

  화살표를 찍으며 달아나는 새의 발자국

  말줄임표를 찍으며 쫓아가는 고양이 발자국

  새의 발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 화살표와 반대인 것을

  고양이는 알았을까 몰랐을까

 

  물의 경계를 넘어서면

  세상의 모든 길은 사막인데

  시간의 뒤꿈치를 물어뜯는

  터진 심장들이 지푸라기를 붙들고 있다

 

  허기지는 날이 많아서

  매일 하얗게 지워지는 너는,

  새였을까 고양이였을까

  혹은, 발 푹푹 빠지는 질퍽한 위로였을까

 

  시간의 주름을 한 겹 넘어서면

  앙다문 검은 입들이 입을 벌려 꽃을 피워내고

  불법 체류한 구름들이 제 몸을 나누고 있다

  닫힌 문 안에서

  우주의 말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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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시학』 2020-겨울(97)호 <이 계절의 시> 에서

   * 김미승/ 1999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네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익어가는 시간이 환하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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