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카멜레온/ 주영금

검지 정숙자 2021. 2. 21. 02:33

<2020, 제12회 열린시학상 시 부문 수상자 자선대표작> 中

 

    나의 시작

 

    박병두

 

 

  어젯밤

  거울이 삼킨 건

  씹지 않고 넘긴 수다와 난폭한 가시

  밤새 뒤척이다

  말을 거두어 버렸다

 

  얼굴에는 형식이 없다

  진화된 표정이 필요할 뿐이다

  거울의 성장판이 멈춘 게 다행인가

  당신을 발설하지 않아도

  우월한 내 상처들

  아무렇지도 않게 가면을 뒤집어쓴다

 

  얼굴 안에 또 다른 얼굴이 난무하다

  카멜레온이 카멜레온을 껴안는다

 

  그러나 내 맥박이 빨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의 태도를 숨기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당신의 손을 놓는다

 

  나를 닮은 당신은 알고 있을까

  소리 없이 쌓여가는 표정들의 역설을

  심장이 화석이 되어 가는 울음들의 독백을

      -전문-

 

 

   *심사위원: 이지엽 · 하린

 

   --------------

   * 『열린시학』 2020-겨울(97)호 <제12회 열린시학상 시 부문 수상자 자선대표작> 에서

   * 주영금/ 2018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청마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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