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 기
한 권의 책이, 한 편 한 편의 시가 독자에게는 감상의 대상이겠으나 필자에게는 인생이다. 누구에겐들 자신의 삶이 손가방 들듯이 가벼우랴. 우리가 싫어하는 바퀴벌레도 최후의 일순까지 난관을 극복해보려는 삶에의 의지가 있고, 납작하게 밟힌 귀귀뚜라미 곁에도 차마 떠나지 못하는 또 한 마리 귀뚜라미의 슬픔이 있다. 이 모든 내용이 슬프고 또한 아름답지 아니하랴. 다행히 우리 인간에게는 영혼과 예술이라고 하는 분야가 있어 무거운 짐을 지고도 바위 밑의 꽃처럼 화사하게 웃을 수 있다- -웃으려고 노력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오늘도 천국인 기쁨과, 지옥인 슬픔 사이를 오가며 고통을 압축하거나 승화시키려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언어의 필름에 담긴 영혼의 모습이 시라는 형상으로 인화되었으리라. 어쨌든 우리가 심신을 가지고(?) 혹은 심신에 실려(?) 이 땅에 태어난 이상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고통은 극복의 소재이며 도약의 시점일 뿐 결코 절망과 후진(後進)의 배경이 아니라는 점을 필자는 희미하게나마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 1992.6.3일부터 같은 해 12.5일까지 주 1회
<국방일보>에 연재했던 시 24편 중
22편이 이 시집에 수록되었음.
이 시집의 출간을 위해 적극 도와주신 이추림 선생님, 해설을 써주신 채수영 선생님, 평소 저의 문학에 사랑을 보태주신 모든 분께, 그리고 이 시집의 출간을 쾌히 맡아주신 <명문당> 김동구 사장님, 편집진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올리면서. // (1993년, 정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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