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수의(壽衣)/ 천금순

검지 정숙자 2020. 12. 22. 01:52

 

 

    수의壽衣

 

    천금순

 

 

  베옷 한 벌 입으시고 그렇게 가실 것을

  아들 며느리 입을 삼베옷 손수 마련해 놓으시고

  양수 두물머리 거슬러 부용리 계곡 어디쯤

  한 줌 재로 뿌려져

  강물 어디로 흘러가실 줄이야

 

  장례식장 앞 큰아버지에게

  둘째 아들 손주 울고불고

  할머니 화장하지 말자고

  납골당에 모시자고 애원하는

  이 기막힌 사연을 아시는지

 

  큰며느리에게 평소

  나는 절대 요양원에 안 가고

  죽어도 화장은 안 할 거라고 당부하듯 다짐했건만

  막내아들 치매 판정 전 명의 이전해 선산 팔아

  오갈 데 없는 신세 되어

  허무하게 가셨군요

  정에 울던 손주 카톡엔

  할머니 좋은 데로 가시라고 그래요

 

  삼베옷 놔두고 실밥 풀린 흰 나일론 상복 입고

  자꾸 흘러내리는 허리춤 위로 올리며

  마지막 조식 올리며 세 번 곡하며

  할머니 좋은 데로 가시라고

  그래요

 

  흐르는 강물 당신을 안고

  어디론가 또 흘러가겠지요

  한 줌 재로

  한 자락 구름이었다가

  강물 따라 그렇게 흘러가겠지요

 

 

    ----------------

   * 『작가들』 2020-가을호 <시> 에서

   * 천금순/ 1990『동양문학』으로 등단, 시집 『두물머리에서』 『아코디언 민박집』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