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壽衣
천금순
베옷 한 벌 입으시고 그렇게 가실 것을
아들 며느리 입을 삼베옷 손수 마련해 놓으시고
양수 두물머리 거슬러 부용리 계곡 어디쯤
한 줌 재로 뿌려져
강물 어디로 흘러가실 줄이야
장례식장 앞 큰아버지에게
둘째 아들 손주 울고불고
할머니 화장하지 말자고
납골당에 모시자고 애원하는
이 기막힌 사연을 아시는지
큰며느리에게 평소
나는 절대 요양원에 안 가고
죽어도 화장은 안 할 거라고 당부하듯 다짐했건만
막내아들 치매 판정 전 명의 이전해 선산 팔아
오갈 데 없는 신세 되어
허무하게 가셨군요
정에 울던 손주 카톡엔
할머니 좋은 데로 가시라고 그래요
삼베옷 놔두고 실밥 풀린 흰 나일론 상복 입고
자꾸 흘러내리는 허리춤 위로 올리며
마지막 조식 올리며 세 번 곡하며
할머니 좋은 데로 가시라고
그래요
흐르는 강물 당신을 안고
어디론가 또 흘러가겠지요
한 줌 재로
한 자락 구름이었다가
강물 따라 그렇게 흘러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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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들』 2020-가을호 <시> 에서
* 천금순/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 시집 『두물머리에서』 『아코디언 민박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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