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의 서정
박광진
삼천 원짜리 국밥을 먹는다
우체국 건물 지하
간이의자 열댓 개
테이블 서넛
길거리 포장마차 같은
퇴락한 조선시대 수도 같은
국밥 전문 한양식당
역사적이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이빨 새는 소리로 물을 달라는 노인
국밥을 안주 삼아 낮술 마시는
기름 때 쩐 작업복 들
앉자마자 주인이 터억 내미는 국밥을
백성처럼 고분고분
땀 흘리며 먹는다
소포를 부치고 와서
선풍기 뜨겁게 도는 주막에
잠시 쉬어가는 파말마처럼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는 듯
등허리엔 소금이 돋고
----------------
* 『예술가』 2020-겨울호 <이 시인을 묻는다/ 자선근작시> 에서
* 박광진/ 2017년 『예술가』로 등단, 시집 『너는 의문부호다』(혜윰 동인집), 문집 『기다림은 언제나 이르다』 외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늑대와 칼/ 박일환 (0) | 2020.12.22 |
|---|---|
| 수의(壽衣)/ 천금순 (0) | 2020.12.22 |
| 백인덕_숙연한 심적 고투...(발췌)/ 냇물의 이력서 : 이경우 (0) | 2020.12.19 |
| 꼰소*/ 정숙자 (0) | 2020.12.19 |
| 구름표범/ 설태수 (0) | 2020.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