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국밥의 서정/ 박광진

검지 정숙자 2020. 12. 20. 02:28

 

    국밥의 서정

 

    박광진

 

 

  삼천 원짜리 국밥을 먹는다

  우체국 건물 지하

  간이의자 열댓 개

  테이블 서넛

  길거리 포장마차 같은

  퇴락한 조선시대 수도 같은

  국밥 전문 한양식당

  역사적이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이빨 새는 소리로 물을 달라는 노인

  국밥을 안주 삼아 낮술 마시는

  기름 때 쩐 작업복 들

  앉자마자 주인이 터억 내미는 국밥을

  백성처럼 고분고분

  땀 흘리며 먹는다

  소포를 부치고 와서

  선풍기 뜨겁게 도는 주막에

  잠시 쉬어가는 파말마처럼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는 듯

  등허리엔 소금이 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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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 2020-겨울호 <이 시인을 묻는다/ 자선근작시> 에서

   * 박광진/ 2017 『예술가』로 등단, 시집 『너는 의문부호다』(혜윰 동인집), 문집 『기다림은 언제나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