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예언/ 하기정

검지 정숙자 2020. 12. 13. 21:06

 

 

    예언

 

    하기정

 

 

  새가 죽은 아침에, 그러니까 죽은 새를 본 아침에, 아침에 죽은 새를 내가 본, 날던 새를 떨어뜨린 하늘이 있어 나는, 자연스럽게 새가 마지막으로 선회한 공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때늦은 임종을 지켜보겠다는 듯이 마침 비행기가 깜빡깜빡 날아가고 있었다 우연이었는데 마치 거짓말 같아, 이 말은 하지 않는 편을 택했어야 했는데 소극적 선택의 자발적 고백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진짜가 되려고 하면 실패를 무릅쓰는 건 당연하다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생각하다가, 생각하는 새는 날다가 추락했을 것이 분명한데, 추락하는 것은 날개를 접는 일이라는 흔한 사실을, 날개의 소임을 끝낸 최후의 몰락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나는 생각이 너무 멀리까지 가는 게 두렵지 않아? 묻던 참이었는데

 

  자명한 아침에 자명한 새가 자명한 공중에서 죽음을 맞아 추락한 것은 너무 자명한데, 자명한 예언을 흘려들으면 한쪽 귀가 다른 귀로 흘러나와 자기가 자기 눈을 찌르는 일이 생긴다는 예언이 실현된 자명한 아침에, 새가, 죽은 나를, 본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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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문예』 2020-가을호 <신작시> 에서

  * 하기정/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