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부음/ 박신규

검지 정숙자 2020. 12. 13. 20:45

 

    부음

 

    박신규

 

 

  언어학과 화성학이 물었다

  죽기 전 발음할 모국어 한 소절은 무엇인가

  변방에 구석진 시인이여,

  죽음과 죽음 이후는 무엇인가

  존재론이 물었다

 

  '돌아간다'

  (모든 것은 돌아간다,

  돌아갈 곳을 망각한 채 돌아간다)

 

  그러하니 우는 자여

  무너진 마음을 더 철저하게 파괴하는 것은

  돌아오라,는 말

  그리하여 쉽게 연민한 자여

  돌아가겠다,는 말로 너는 헛되이 죽을 것이다,

  목숨 걸지 않고는 연주할 수 없는

  부음訃音처럼

 

  사랑은 왔다가 지나가버린다

  밥이 식는 시간처럼 엄연하게

  종언은 선택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것

  망상의 좀비여, 이별의 존자여

  돌이키지 못할 칼날은 네 심장에 꽂고

  돌아가라, 알 수는 없어도

  결국 돌아갈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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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문예』 2020-가을호 <신작시> 에서

  * 박신규/ 2010년 『문학동네』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