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
박신규
언어학과 화성학이 물었다
죽기 전 발음할 모국어 한 소절은 무엇인가
변방에 구석진 시인이여,
죽음과 죽음 이후는 무엇인가
존재론이 물었다
'돌아간다'
(모든 것은 돌아간다,
돌아갈 곳을 망각한 채 돌아간다)
그러하니 우는 자여
무너진 마음을 더 철저하게 파괴하는 것은
돌아오라,는 말
그리하여 쉽게 연민한 자여
돌아가겠다,는 말로 너는 헛되이 죽을 것이다,
목숨 걸지 않고는 연주할 수 없는
부음訃音처럼
사랑은 왔다가 지나가버린다
밥이 식는 시간처럼 엄연하게
종언은 선택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것
망상의 좀비여, 이별의 존자여
돌이키지 못할 칼날은 네 심장에 꽂고
돌아가라, 알 수는 없어도
결국 돌아갈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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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문예』 2020-가을호 <신작시> 에서
* 박신규/ 2010년 『문학동네』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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