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인생/ 박병두

검지 정숙자 2020. 10. 31. 01:49

 

 

    인생

 

    박병두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종이와 연필을 들고 삶을 들었다

  뜬 눈으로 보낸 밤이 적지 않았고

  목소리 내는 사람과 억세게 싸웠다

 

  이슬 내리는 한밤의 벤치에 누워 있는 날

  흡연을 배우고 술에 취했다

 

  밤기차에 홀로 올라

  멍하니 소리에 귀 기울였다

  바다와 섬의 은밀한 부딪힘을 훔쳐보았다

 

  방황하던 이슬에 얽힌 사람들은

  흔적없이 하나둘 사라졌다.

  삶의 외줄기, 작별의 시간

  저만치 잘 가라고 인사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도, 친구도 잃었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무심히 간다.

 

  강철과 세월도 꿀떡꿀떡 삼키는 괴물

  먹을수록 허기져 하는

  밑 빠진 삶의 편린들

 

  흔적없이 빠진 머리카락이 날아갔다

  세포도 죽어갔다.

  거울이 안과 밖을 감추려 한다.

 

  살아있는 날 그리움들과 호흡을 위해

  사치스런 물을 길어 와

  오늘도 붓는다.

 

  저 하늘에서 빛이 내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니브로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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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0-가을호 <신작시> 에서

  * 박병두(아호 仁松)/ 1964년 전남 해남 출생, 1992년 『월간문학』 & 1997년 『수필문학』 천료, 2007년 『현대시학』, 2014년 『열린시학』에 문학평론으로 문단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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