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박병두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종이와 연필을 들고 삶을 들었다
뜬 눈으로 보낸 밤이 적지 않았고
목소리 내는 사람과 억세게 싸웠다
이슬 내리는 한밤의 벤치에 누워 있는 날
흡연을 배우고 술에 취했다
밤기차에 홀로 올라
멍하니 소리에 귀 기울였다
바다와 섬의 은밀한 부딪힘을 훔쳐보았다
방황하던 이슬에 얽힌 사람들은
흔적없이 하나둘 사라졌다.
삶의 외줄기, 작별의 시간
저만치 잘 가라고 인사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도, 친구도 잃었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무심히 간다.
강철과 세월도 꿀떡꿀떡 삼키는 괴물
먹을수록 허기져 하는
밑 빠진 삶의 편린들
흔적없이 빠진 머리카락이 날아갔다
세포도 죽어갔다.
거울이 안과 밖을 감추려 한다.
살아있는 날 그리움들과 호흡을 위해
사치스런 물을 길어 와
오늘도 붓는다.
저 하늘에서 빛이 내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니브로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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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20-가을호 <신작시> 에서
* 박병두(아호 仁松)/ 1964년 전남 해남 출생, 1992년 『월간문학』 & 1997년 『수필문학』 천료, 2007년 『현대시학』, 2014년 『열린시학』에 문학평론으로 문단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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