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장마 속엔 붕어가 산다/ 이도훈

검지 정숙자 2020. 11. 1. 01:15

 

 

    장마 속엔 붕어가 산다

 

    이도훈

 

 

  한 며칠 연이어 내리는 비는

  아가미와 꼬리지느러미가 있다.

  웅덩이들은 가는 물줄기를 들여서

  둥근 장마를 키우고 그 속에는 붕어들이 살았다.

  웅덩이는 짧고 붕어들은 어렸고

  잠깐 비 그친 마당엔

  붕어의 비늘들이 질퍽하게 돋았다.

  어느 마을에선 빗줄기를 타고

  미꾸라지가 쏟아졌다고

  마을마다 퉁퉁 불은 소문들이 돌았다.

  집과 문짝들은 눅눅해져서

  잘 뒤져보면 비늘이 돋거나

  문풍지처럼 지느러미가 자라 있었다.

 

  장마는 붕어 냄새가 났다.

 

  땅속에도 부레가 있다.

  마당을 밟으면 움푹한 붕어들이 따라다녔다.

  부레가 없는 나는 자꾸만 무거워지고

  눅눅한 이불에 달라붙어

  꼬리지느러미 같은 하품이 잠을 빠져나갔다.

  웅덩이에 고인 물은

  붕어의 수줍은 살이거나 비늘이어서

  수면을 살짝 건드려도 숨이 가빴다.

 

  긴 방학에 든 교실에선

  똑똑,

  물방울들의 음악시간이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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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0-가을호 <신작시> 에서

  * 박병두/ 2015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 2020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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