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의 정신과 서정성(발췌)
송기한/ 문학평론가
오늘날 우리가 새로운 시의 정신으로 서정성을 지향하는 이유는 비단 서정시의 전통의 맥을 잇는다거나 시의 시다움을 찾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시적 자아의 동일성 회복, 곧 주체의 정립에 있다. 후기 산업사회 속에서 시의 건전한 주체성들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자아의 해체이자 언어의 파괴이며 사상의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라는 장르가 존재하는 한 그것은 언어를 도구로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자각을 지니고 있다면 훼손된 언어를 치유해야 하는 의무 또한 시인에게 있을 터이다. 그리고 언어의 위상을 지키려면 우선 언어가 대상의 본질을 담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기표가 기의와 대응하여 서로 미끄러짐 없이 안정된 만남을 이루는 일, 그로써 대상의 의미가 공감의 자장 안에서 살아나는 일이 필요하다. 해체적 시가 언어의 기능을 부정하고 회의하였다면 오늘의 서정시는 언어야말로 자아가 세계와 조우하는 매개가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언어의 회복은 곧 자아의 복구로 귀결된다. 대상을 본질적으로 명명하고자 하는 자아는 나와 세계가 일체가 되기를 소망하는 자아이다. 그러한 '나'는 세계로부터 소외된 채 유폐되기를 거부한다. 충동에 들려 분열되고 파괴되기를 거부한다. '나'의 내면을 대상 속에서 확인하고 세계의 한가운데 나의 내면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그러한 자아이다. 그러한 자아는 언어를 남용하지 않는다. 내면을 떠난 언어는 미끄러지는 언어요 거짓이기 때문이다. 거짓된 언어는 무게를 상실하여 한없이 떠돌아다닌다. 반면 내면과 대상을 매개해줄 때 그 언어는 본래의 생명을 획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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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정신』 2020-가을호 <2020년 가을호를 펴내면서> 에서
* 송기한/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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