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최치원문학상 수상작> 中
도무지 잠들지 않는 밤엔 해바라기를 생각해요
정성원
양이 울타리를 넘는다
양털베개를 벤다 양은 찢어진 입과 긴 손가락을 가졌다 숨을 마시려 배를 달싹일 때마다 밀쳐둔 잠이 일렁인다
해바라기 뿌리에 숨겨둔 태양은 집으로 갔을까
어리석은 글자를 쓴 날엔 더욱 허기지는 밤이 찾아오고
어둠이 입속으로 쏟아진다 단단한 글자가 심장을 찌른다
손가락을 펼치니 한낮이 보이고 한밤이 보이고
양이 울타리를 넘는다
허리를 동그랗게 말고 나는 빼곡히 알아가는 밤
불면은 불멸이 될 것이고 내 몸엔 양털이 돋을 것이고
해바라기가 허공으로 길을 내는 곳에서
눈을 감는다
생각과 생각 사이에서 꽃이 핀다 꽃잎이 흩날리는 벽지에 잠이 뒤척인다
점점 두꺼워지는 어둠
기분을 굽힌 잠이 어둠을 삼키다
일흔아홉 여든 마리, 이리저리 몸을 들썩이다가
빙글빙글 도는 해바라기 벽지를 본다 다시 눈을 감는다 양이 울타리를 넘는다
-전문-
*심사위원: 최문자 홍일표 조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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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산맥』 2020-가을호 <제15회 최치원문학상 수상작> 에서
* 정성원/ 경남 통영 출생. 글도리깨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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