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천사
김개미
어느 날 나의 집에 천사가 왔습니다
천사는 약하고 아파서
내가 천사가 되어주어야 하는 천사였습니다
나는 나의 살을 떼어 먹이고
관절과 눈물을 바쳤습니다
천사는 뛰지 못했지만 뛰고 싶어 해서
나는 천사를 업고 산을 뛰어올랐습니다
천사가 친구를 원해서
나는 사람들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천사를 천사처럼 입히고 꾸미는 일로
나는 매일 행복하고 피곤하고 바빴습니다
나약하지만, 천사가 등에 날개를 가졌다는 사실을
나는 잊은 적이 없습니다
날개를 부러뜨려서
천사를 영원히 나의 집에 머물게 할 수 있었으나
나는 천사가 절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잠든 새벽 천사가 날개를 펴본다는 것을요
잠시 창밖으로 날아갔다 온다는 것을요
천사가 나와 나의 집을 떠나는 날은
오늘일 수도 내일일 수도 있었습니다
병이 낫고 광휘에 둘러싸인 천사에게
가진 것 없고 초라한 천사는 필요 없으니까요
천사는 내가 깊이 사랑해서
내게 깊이 상처 낼 수 있는 발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발톱을 들키자
천사는 몹시 부끄러워하며
나와 나의 집을 떠났습니다.
나는 천사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천사의 뒷모습은 온통
피 묻은 낚시 바늘 같은 발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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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문화』 2020-여름호 <정예 시인 신작시 31인 선>에서
* 김개미/ 2005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앵무새 재우기』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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