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은 사라진다
최정례
홈런이다
관중은 환호했고
화면은 그중 하나가 일어나
두 손을 뽑아 올려
공을 받아 내는 장면을 비췄다
홈런은 그렇게 사라진다
잠깐 출렁이다 관중의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여운을 남기고
꿈이 슬픈 이유는
홈런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홈런을 기다리며
사라지는 것을
사라지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네가 나타나 재생 변주되는 꿈
문득 나타나 화려한 손을 흔들거나
다시는 보이고 싶지 않은 내 누추한 꼴을
적나라하게 펼쳐 놓는다
꿈은 왜 인정하지 못하는가
홈런은 날아가 사라지는 것이고
한 번은 두 번으로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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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ITION 포지션』 2020-여름호 <POSITION 4/ 신작시>에서
* 최정례/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햇빛 속에 호랑이』 『붉은 밭』 『캥거루는 캥거루이고 나는 나인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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