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홈런은 사라진다/ 최정례

검지 정숙자 2020. 7. 22. 18:10

 

 

    홈런은 사라진다

 

    최정례

 

 

  홈런이다

  관중은 환호했고

  화면은 그중 하나가 일어나

  두 손을 뽑아 올려

  공을 받아 내는 장면을 비췄다

 

  홈런은 그렇게 사라진다

 

  잠깐 출렁이다 관중의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여운을 남기고

 

  꿈이 슬픈 이유는

  홈런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홈런을 기다리며

  사라지는 것을

  사라지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네가 나타나 재생 변주되는 꿈

  문득 나타나 화려한 손을 흔들거나

  다시는 보이고 싶지 않은 내 누추한 꼴을

  적나라하게 펼쳐 놓는다

 

  꿈은 왜 인정하지 못하는가

  홈런은 날아가 사라지는 것이고

  한 번은 두 번으로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 
  * 『POSITION 포지션』 2020-여름호 <POSITION 4/ 신작시>에서 
  * 최정례/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햇빛 속에 호랑이』 『붉은 밭』 『캥거루는 캥거루이고  나는 나인데』 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짓다만 건물/ 이귀영  (0) 2020.07.23
무제/ 박찬일  (0) 2020.07.23
양해를 구해요/ 김정웅  (0) 2020.07.22
고불매(古佛梅)/ 통융  (0) 2020.07.21
책갈피/ 정성환  (0) 2020.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