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멍의 소용돌이/ 최영랑

검지 정숙자 2020. 7. 6. 23:48

 

 

    멍의 소용돌이

 

    최영랑

 

 

  그래, 누군가는

  바다가 몸에 깃든 흔적이라고 말할지도 몰라

 

  산발적으로 생겨난 푸른 웅덩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소용돌이가 만든 자국을 보며

  나도썰물의 바다를 상상하기도 해

 

  비명의 크기로 소용돌이의 깊이를 가늠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웅덩이의 색이 점점 더 파래진다 깊은 바다를 스캔한 것처럼

 

  몸 안에 바다를 들여 본 적 없는데

  자꾸만 비릿한 바다 냄새가 스며 나와

  갯지렁이도 실핏줄처럼 스멀스멀 꿈틀거리는 것 같아

 

  더 깊어진 웅덩이를 본다

  상처가 담고 있는 우울, 그 방향으로 잦아드는 감정들

  낯선 시간들이 좀 더 넓게 엎질러질 때

  내 안에 깃든 너라는 또 하나의 멍도 제 빛깔을 드리운다

  그건 타박상이 다시 뒤척이는 징후

 

  심장에 마녀가 쳐들어왔을까 바다가 출렁인다

 

  파도가 몸속에서 심하게 뒤집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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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0-여름호 <미래시학 시단>에서

   * 최영랑/ 201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