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이진욱
살아야 했던 날이었기에
변변한 문안 한 번 못 간
월남에서 중동까지 헤집은 뒤 귀가했지만 더위에
익숙해지지 않았던 삼촌
철모로 받은 고엽제로 목을 축이며 피는 오염되었다
엉성한 치아 사이로 토한 피가 손가락 사이로
검붉게 흘러내렸다
속이 녹아내리는 줄 모른 채 뜨겁게 살고 싶어 했던 날
아랫목도 춥다며 봄은 언제 오냐고 버릇처럼 물었다
목이 탄다며 입도 닫지 못한 채 말랐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바깥만 바라보던 시선이
빗줄기를 따라갔다
바위처럼 세상에 남겨지면 아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는 왜 무뎌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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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20-여름호 <미래시학 시단>에서
* 이진욱/ 2012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 『눈물을 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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