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시민 K/ 복효근

검지 정숙자 2020. 7. 4. 02:18

 

 

    시민 K

 

    복효근

 

 

  양파가 뿔 같은 새싹을 내밀고 있다

  제가 저를 빠져나가는 중

 

  한 생이 한 생에 맞물려

  한쪽은 물크러져 벌써 시취가 난다

 

  살기 위해 죽을힘을 써야 하는

  붉은 양파망

 

  출구이고 입구인

  결국 출구도 입구도 아닌 조여진 구멍이 하나

 

  빠져나왔다 싶은데

  기껏 뚫고 나온 한쪽은 발 디딜 곳 없다

 

  아래 아래층 어디에선가

  나가 뒈져버려 악다구니 소리

  쾅 문 닫히는 소리

 

  죽어서도 앙파는 앙파

  다시 태어나도 양파는 어쩌자고 또 양파

 

  단풍나무 그늘 아래에선

  담뱃불 하나 늦도록 금연구역을 맴돌고

 

  파랗게 질린 양파 싹이 웅크리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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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동네』 2020-7월호 <신작시 # 1>에서

  * 복효근/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꽃 아닌 것 없다』 『고요한 저녁이 왔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