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K
복효근
양파가 뿔 같은 새싹을 내밀고 있다
제가 저를 빠져나가는 중
한 생이 한 생에 맞물려
한쪽은 물크러져 벌써 시취가 난다
살기 위해 죽을힘을 써야 하는
붉은 양파망
출구이고 입구인
결국 출구도 입구도 아닌 조여진 구멍이 하나
빠져나왔다 싶은데
기껏 뚫고 나온 한쪽은 발 디딜 곳 없다
아래 아래층 어디에선가
나가 뒈져버려 악다구니 소리
쾅 문 닫히는 소리
죽어서도 앙파는 앙파
다시 태어나도 양파는 어쩌자고 또 양파
단풍나무 그늘 아래에선
담뱃불 하나 늦도록 금연구역을 맴돌고
파랗게 질린 양파 싹이 웅크리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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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 2020-7월호 <신작시 # 1>에서
* 복효근/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꽃 아닌 것 없다』 『고요한 저녁이 왔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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