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상한 베란다/ 최금녀

검지 정숙자 2020. 6. 27. 11:03

 

 

    이상한 베란다

 

    최금녀

 

 

  내게는 베란다가 있다

 

  컵에 술을 채우고 물처럼 마셔도 취하지 않는 베란다

 

  아직 시를 써요? 내게 묻는 베란다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볼펜을 사고 산책을 하는 나에게

 

  누가 이곳에 의자를 매달아 놓았어

 

  멀리 온 것은 좋은 일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베란다에 앉았다

 

  매달릴 수 없는 베란다

 

  하늘만 보이는 베란다

 

  유리컵에 술을 채우고 가는 베란다가 있다

 

  술을 물처럼 마셔도 취하지 않는 베란다가 있다

 

  그 베란다가 내게 묻는다

 

  아직 시를 써요?

 

  질문보다 높은 곳에 있는 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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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0-6월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 최금녀 시인/ 대표작>에서

  * 최금녀/ 1960년 『자유문학』 으로 소설 부문 등단 & 1998년 『문예운동』으로 시 부문 등단, 시집 『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 『큐피드의 독화살』 『길 위에 시간을 묻다』 『저 분홍빛 손들』 등, 시선집 『최금녀의 시와 시세계』 『한 줄, 혹은 두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