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심언주
똑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는데
내 목은 그대로 있고
꽃은 목이 부러져 있다.
배관 공사를 엉터리로 한 공무원 목을 자르겠다고
꽃나무 아래서
아버지는 핏대 세우며 소릴 지른다.
안녕히 계세요.
아주 간 줄 알았는데
작년에 뛰어내렸던 똑같은 장소에
꽃이 다시 몰려나와 있다.
매달려 있거나 말거나
떨어져 내리거나 말거나
나라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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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정신』 2020-여름호 <신작시>에서
* 심언주/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4월아, 미안하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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