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내 영혼이 두려워진다/ 김윤배

검지 정숙자 2020. 6. 15. 01:39

 

 

    내 영혼이 두려워진다

    김윤배

 

 

  붉은 땅을 걷는다, 몽유의 덫이다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 사막뱀이 빠르게 달아난다

  하늘을 맴도는 흰머리독수리는 숫자가 늘어났다

 

  나는 아직 살아있고 독수리의 거대한 날개가 내 그림자를 덮치기도 한다

  나는 놀라 돌무더기 위에 엎드린다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간 자들이 있다

 

  그들은 저쪽에 닿았을 거다

  저쪽은 신탁의 땅이거나 불의 바다일지 모른다

  그렇게 사라지는 거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자들은

  선 채로 시계추처럼 몸을 흔들거나 주문을 외운다

 

  말의 흰 정강이뼈 사이에 사막여우 한 마리가 몸을 낮춘다

  잠깐 사이 사막여우는 세 마리가 되고 다섯 마리가 된다

 

  환시는 자주 찾아온다

  내 영혼이 두려워진다

 

  영혼은 멀리 나갔다 잠든 사이에 지쳐 돌아온다

  돌아온 영혼에서 오래된 길의 흙냄새가 난다

 

  황무한 길은 일몰의 붉은 가슴으로 휘어진다

  

  나는 붉은 대지에 엎드린 영혼으로 통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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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문예』 2020-여름호 <신작시>에서

  * 김윤배/ 1986년 『세계의문학』으로 문단 활동 시작, 대표작품집 『바람의 등을 보았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