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방 네 칸 집/ 김참

검지 정숙자 2020. 6. 15. 17:21

 

 

    방 네 칸 집

 

    김참

 

 

  방 두 칸 집에서 방 네 칸 집으로 이사했는데 왜 우린 방이 모자라나. 세 식구 살기엔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옷 방 빼도 방이 세 갠데, 방마다 가득한 책 때문에 일곱 살 아들은 제 방이 없다. 아빠 방 엄마 방 말고도 방이 하나 더 있지만 사방이 온통 책이다. 내년엔 학교도 가는데 책상 놓을 자리가 없다. 옛날엔 열세 평, 방 두 칸 집에서 일곱 식구가 잘도 살았는데, 방 네 칸 집에 살면서 방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고 혼자 날마다 생각하는 것이다.

 

  일곱 살 아들은 하루는 엄마 방에서 하루는 아빠 방에서 잔다. 이불을 자꾸 차는 것이 어릴 적 나를 닮았다. 어린이집 못 간 지 두 달도 넘어 심심할 만도 한데 텔레비전을 보거나 전화기 만지며 혼자 잘 논다. 책 못 읽고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우린 책을 버리지 못한다. 읽다 만 책들과 아직 못 읽은 책들이 책장마다 가득하다. 음악 듣다가도 밥 먹다가도 불끄고 잠들기 전에도 책을 좀 버려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가볍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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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0-5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참/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