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산과 절/ 정대구

검지 정숙자 2020. 5. 6. 00:53



    산과 절


    정대구



  산들이 엎드린다

  큰 산은 크게

  작은 산은 작게

  내 앞에 엎드린다

  처음이다

  내 나이 팔십 넘어

  이제부터는 맞절하기다


  저 봐

  작은 산이 먼저 일어나 웃는다

  그 뒤에 큰 산이 일어나서

  또 웃는다

  나도 웃는다


  내 앞에 크고 작은 산들

  내가 섬겨야 할 어른들


  이제부터 나는

  365일 날마다 일어나 산을 향하여 절하리라

  큰 산을 향하여 큰절을

  작은 산에게는,

  작은 산에게도 큰절을

   -전문-



   해설> 한 문장: 저 산을 보며 배우자고 시인은 말한다. 큰 산은 크게 엎드리고 작은 산은 작게 엎드리는 저 너머를 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몸 전체로 말하는 저 산을 배우자고 한다. '저 봐, 작은 산이 먼저 일어나 웃는다' 허허 웃는 산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물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물의 본성에 닿은 시인이 웃음소리가 산의 웃음 소리와 함께 들린다. (p. 시 44/ 론 124-125) (유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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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지금까지 난 그렇게 신통한 아이는 본 적이 없어요』에서/ 2020. 3. 27. <도훈> 펴냄

  * 정대구/ 1936년 경기 화성 출생, 1972년《대한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나의 친구 우철동 씨』『백결선생』외 다수, 경남 영산대학교 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