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십 년 후의 메모/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1. 23. 22:03

 

 

    십 년 후의 메모

 

     정숙자

 

 

 

  피로써 풍선을 불지 말아라

  절규도 피로써는 하지 말아라

 

  의지의 문제가 아닌

 

  역류

  이안류

  잔물결까지

  우주 어디선가

  명멸하는 별들의 중력에 의한

  파장이며 진행인 것을,

 

  (우주시간에 견준) 지구시간은 순식瞬息이란다. 내

피는 어머니의 피. 내 모든 피는 어머니의 피. 내 모든 피

의 최후의 한 방울도 어머니의 피. 그로써 풍선을 불기보

다는 가난한 섬돌을 닦는 게 맑다.

 

 

  풍선의 전제 조건은 차가움 얇음 가벼움 텅 빔. 피로써

그것을 불려 하다니! 한껏 부푼 풍선은 머잖아 쪼그라들

거나 터지고 만다. 기껏 솟은 풍선은 스스로도 모르는 사

이 공중분해로 찍히는 낙화.

 

  허~풍선에 피를 토하지 마라

 

  높고 외롭고 간절한 피는

  어머니의 가장 어린 별

   -『시사사』2012-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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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