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자살을 바라보는 불교의 관점(발췌)/ 문헌공

검지 정숙자 2020. 5. 2. 13:27

 

 

    자살을 바라보는 불교의 관점

  

    문헌공/ 동국대학교 전자물전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

 

 

  어느 날 붓다는 웨살리 숲에서 부정(不淨, asubha)에 대한 수행을 강조하며 그 방법을 설명한 뒤, 한동안 홀로 수행할 것이니 탁발 음식을 가져다 주는 사람을 제외하고 자신을 찾지 말라고 하셨다. 보름 뒤 붓다가 수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많은 비구들이 보이지 않았다. 붓다는 아난다를 불러, "아난다여, 왜 비구 승가가 줄어들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아난다는 세존꼐서 부정에 관한 말씀을 하시고 수행에 들어가신 뒤 부정관 수행을 닦은 비구들이 하루에 10명, 다음날 20명, 그다음 날에는 30명이 칼로 자결했다고 말했다. 물론 경에서 말한 수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경에 따르면 3일간 무려 60명이 자살한 것이다.(백도수, 「佛敎에 나타난 自殺에 대한 考察」『인도철학』11,) 부정관은 인체의 장기 및 구성 물질(피, 땀, 털, 배설물 등)과 시체가 부패하는 과정을 관하며 욕망을 제어하는 수행이다. 부정관에 몰두한 비구들은 자신의 신체를 지나치게 혐오했고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이다. 이에 아난다는 붓다에게 다른 방법을 설해 달라고 했고, 붓다는 웨살리에 머무르는 비구들을 소집해 들숨 날숨의 수행(anapanasati)을 설했다.(p.19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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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평론』2020-봄호 <논단>에서

  * 문헌공/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동 대학원 졸업(석사 · 박사),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한국학센터 객원연구원 역임, 주요 논문으로 「초기불교 죽음관의 현대 죽음학적 연구」「초기 불교 사념(死念, maranasati) 수행법을 적용한 죽음교육프로그램 연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