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은 중용을 어떻게 사용했는가
장영란/ 한국외국어대학 미르바교양대학 교수
그리스 신화에서 항시 인간에게 경계하도록 한 것은 '오만(hybr-is)'이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지나칠 때 발생하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으로서의 실존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적절하지 않은 지나친 욕망을 추구하는 것을 경계한다. 가령 코린토스의 시시포스는 인간의 한계상황이라 말하는 죽음을 피하려 했다. 전혀 죽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죽음의 신이 왔을 때 술에 취하게 만들어 결박시켜버려 아무도 데려가지 못하게 하였다. 지상에서 죽는 사람이 없어지자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보내 하데스로 잡아가게 했다. 하지만 시시포스는 다시 죽은 자들 세계의 왕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를 속이고 지상으로 돌아온다. 비록 시시포스가 지상에서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 신화는 시시포스가 타르타로스에서 언덕 위로 힘들게 바위를 밀어 올리지만 정상에 올라가면 다시 굴러 내려가 처음부터 다시 돌을 밀어 올리는 일을 끝없이 반복하는, 결코 끝나지 않는 형벌을 받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그리스 신화 속의 '인간'에 관한 이야기는 일관되게 '지나치지 말 것'을 충고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경우를 '신들에 대한 도전'으로 형상화한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신들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인간은 전지하지도 전능하지도 못하다. 따라서 모든 것이 인간이 추론하거나 예측한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인간이 가능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이 신이 되려 할 때 파멸로 치닫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는 인간들이 지나치게 욕망을 추구하다가 비참하게 죽는 사례를 수없이 보여준다.(p. 6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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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평론』2020-봄호 <특집|중도의 철학, 양극화 극복의 길>에서
* 장영란/ 한국외국어대학 철학과 박사, 주요 저서로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호모 페스티부스: 영원한 삶의 축제, 놀이와 예술과 여가로서의 삶』『영혼의 역사』『아리스토텔레스의 인식론』『플라톤의 국가, 정의를 꿈꾸다』『플라톤의 교육: 영혼을 변화시키는 힘』『죽음과 아름다움의 신화와 철학』등이 있다. 現 한국 외국어대학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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