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강물 앞에서/ 맹문재

검지 정숙자 2020. 3. 13. 16:50


<권두시>


    강물 앞에서


    맹문재



  멀리서 바라본 것과는 달리

  강물의 물살이 엄청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류로 내려가면서 약한 곳을 찾아보았지만

  어디든지 만만하지 않았다


  나는 포기한 채

  넘실거리는 물살을 바라보며

  왜 강을 건너려고 했는지 생각해보았다


  나의 경험을 자신한 것인가

  남은 힘을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인가

  담력을 키우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닌가

  걸어온 시간을 매듭지으려 했던 것인가


  어떤 답도 얻지 못한 채

  나의 착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다시 강 건너를 바라보았다



   ----------------

  *『미래시학』 2020-봄호 <권두시> 에서

  * 맹문재/ 1991년『문학정신』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책이 무거운 이유』『기룬 어린 양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