ㅗ와 ㅣ의 초대
김송포
초성은 같았으나 중성에서 착오가 있다
ㅗ와 ㅣ의 객석의 관중들은 웃음을 던진다
피아노를 치는 남자의 마이크에서
모시고 싶지 않은 첼로 연주자를 소개합니다
연주자는 벌떡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자리에서 심호흡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자는
ㅗ와 ㅣ의 중성에 귀를 기울이며
모시기 쉽지 않은 초대라는 말에 다행히 현을 켜기 시작했다
피아노는 첼로를 모시고 싶었고
첼로는 바이올린을 초대하고 웃었다
피아노와 첼로와 바이올린의 삼중주
ㅗ와 ㅣ의 초대가 감정의 벽을 횡단하듯 부드럽게 넘어간다
피아졸라는 움직이는 사람들의 유기체 중
사랑, 슬픔, 고통이라고 하지만
그중 망각은 가장 아름다운 현이라고 말했지
모시고 싶지 않은
모시기 쉽지 않은
초대
가 박수를 만들어낸 리베로 탱고의 칼날
-전문-
▶ '회복기 환자'로서의 시인들(발췌)_ 이성혁/ 문학평론가
이 시는 "모시고 싶지 않은"과 "모시기 쉽지 않은" 사이에서 번득이는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고'와 '기'의 차이가 얼마나 마음의 변화를 가져오는가. 피아노 연주자가 "모시고 싶지 않은"을 실수로 잘못 발음한 것일 테다. 이 말을 들은 첼로 연주자는 "벌떡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려" 할 정도로 심사가 뒤틀렸지만 곧 "모시기 쉽지 않은 초대"라면서 "바이올린을 초대하고 웃"는다. 그리고 이 "ㅗ"와 ㅣ의 차이"가 만들어낸 감정의 벽들은 곧 음악을 통해 해소된다. "피아노와 첼로와 바이올린의 삼중주"를 통해 "ㅗ와 ㅣ의 초대가 감정의 벽을 횡단하듯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다. 이들의 연주 음악은 피아졸라의 '리베로 탱고'인 듯하다. 이 곡의 연주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감정의 벽'들을 횡단한다. 그 감정들은 무엇인가? 세 악기의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음악은 세 감정의 별들을 횡단하는 것. 그런데 시인은 "망각은 가장 아름다운 현이라고 말"하는 것. '리베로 탱고'는 저 감정의 횡단 이후에, 그 감정들을 잘라내고 망각으로 이끄는 '칼날' 역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망각으로 이끌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박수를 치는 것일 터, 망각은 음악이 횡단하는 "사랑, 슬픔, 고통"으로부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모시고 싶지 않은"과 "모시기 쉽지 않은"은 상통하게 된다. 연주가 '미학적 통증'을 재생하기에 모시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로부터 망각의 카타르시스를 가져오는 것이기도 하기에 모시기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p. 시 214-215 / 론 22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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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맥』 2020-봄호 <미학적 통증과 사유> 에서
* 김송포/ 201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부탁해요 곡절 씨』
* 이성혁/ 2003년《대한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저서『불꽃과 트임』『모더니티에 대항하는 역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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