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이도훈
기침이 잦았던 아버지가 지은 집
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도
집은 가끔 저 혼자 기침을 할 때가 있다.
마치 자잘한 못이 빠지는
혹은 망치질 소리같이
집이 잔기침을 할 때가 있다.
바람에 팔랑거리는 창틀 소리 같은 기침과
지주가 뒤틀리듯 빠득거리는 기침이 공존한다.
아버지는 유전에 굴복한 사람
옛 주인의 호흡기를 닮은 집이
이젠 나와 기침을 섞을 때도 있다.
나는 그 유전을 감시하는 사람
가끔 엇박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서로에게 어울리는 추임새였다.
자꾸 몸속의 바람이
넘어지는 것이라고
마른기침으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고
한바탕 그 바람을 다 비우고 나면
한동안 잠잠하던 아버지
뱃속의 힘.
문을 열어놓은 겨울 방안처럼
아버지의 목에서 끓던 영하의 바람처럼
세상의 집들은 자지러지다
스스로 허물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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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맥』 2020-봄호 <신작시> 에서
* 이도훈/ 2015년 『시와표현』& 2020년《한라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맑은 날을 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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