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기침/ 이도훈

검지 정숙자 2020. 2. 27. 14:18



    기침


    이도훈



  기침이 잦았던 아버지가 지은 집

  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도

  집은 가끔 저 혼자 기침을 할 때가 있다.


  마치 자잘한 못이 빠지는

  혹은 망치질 소리같이

  집이 잔기침을 할 때가 있다.

  바람에 팔랑거리는 창틀 소리 같은 기침과

  지주가 뒤틀리듯 빠득거리는 기침이 공존한다.


  아버지는 유전에 굴복한 사람

  옛 주인의 호흡기를 닮은 집이

  이젠 나와 기침을 섞을 때도 있다.

  나는 그 유전을 감시하는 사람

  가끔 엇박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서로에게 어울리는 추임새였다.


  자꾸 몸속의 바람이

  넘어지는 것이라고

  마른기침으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고

  한바탕 그 바람을 다 비우고 나면

  한동안 잠잠하던 아버지

  뱃속의 힘.


  문을 열어놓은 겨울 방안처럼

  아버지의 목에서 끓던 영하의 바람처럼

  세상의 집들은 자지러지다

  스스로 허물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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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산맥』 2020-봄호 <신작시> 에서

  * 이도훈/ 2015년 『시와표현』& 2020년《한라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맑은 날을 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