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 짧은 날의 동화
김성춘
일요일 아침,
미사에 갔다.
신부님께서 도마뱀 이야기를 하신다.
집주인이
기둥에 못이 박힌 채 옴짝달싹 못 하는
안타까운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했단다.
그런데
집 기둥에 못이 박힌
그 도마뱀이 살아 있었단다.
못에 박힌 채 석 달간이나
석 달 전, 집수리 때 뭐가 잘못됐을까.
못에 박힌 채 석 달간이나 살아 있었단다.
며칠 뒤,
믿을 수 없는 이 광경을 숨어서 보던 집주인은
믿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광경에
온몸을 떨었단다.
어디선가 바지런히 먹이를 물고 와서는
불쌍한 도마뱀에게
자비를 베푸는
또 하나의
손을 목격했단다.
오오,
어머니……
지평선에서도 꿈속에서도 가난한 영혼을 살피시는
당신의 손.
이건 날마다 만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도마뱀은 아마 3년 전에 집수리를 할 때
운이 나빠 꼬리 부분에 못이 박혀 있었는데 도마뱀은 살아 있었다.
그 도마뱀은 꼬리에 못이 박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도마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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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맥』 2020-봄호 <신작시> 에서
* 김성춘/ 1974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물소리 천사』『아무리 생각해도 먼 곳이 가까웠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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