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도마뱀_젊은 날의 동화 4/ 김성춘

검지 정숙자 2020. 2. 27. 12:59



    도마뱀

    - 짧은 날의 동화


    김성춘



  일요일 아침,

  미사에 갔다.

  신부님께서 도마뱀 이야기를 하신다.


  집주인이

  기둥에 못이 박힌 채 옴짝달싹 못 하는

  안타까운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했단다.


  그런데

  집 기둥에 못이 박힌

  그 도마뱀이 살아 있었단다.

  못에 박힌 채 석 달간이나

  석 달 전, 집수리 때 뭐가 잘못됐을까.

  못에 박힌 채 석 달간이나 살아 있었단다.


  며칠 뒤,

  믿을 수 없는 이 광경을 숨어서 보던 집주인은

  믿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광경에

  온몸을 떨었단다.


  어디선가 바지런히 먹이를 물고 와서는

  불쌍한 도마뱀에게

  자비를 베푸는

  또 하나의

  손을 목격했단다.


  오오,

  어머니……

  지평선에서도 꿈속에서도 가난한 영혼을 살피시는

  당신의 손.


  이건 날마다 만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도마뱀은 아마 3년 전에 집수리를 할 때

  운이 나빠 꼬리 부분에 못이 박혀 있었는데 도마뱀은 살아 있었다.

  그 도마뱀은 꼬리에 못이 박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도마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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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산맥』 2020-봄호 <신작시> 에서

  * 김성춘/ 1974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물소리 천사』『아무리 생각해도 먼 곳이 가까웠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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