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겨울꽃/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9. 12. 02:32

 

  

     겨울꽃

 

    정숙자  

 


   다시 걸어 들어가리라

   당당히 붉은 물들어

   바람 따라나선 가을 잎새들

   나도 그렇게 날아가리라

   얼음과 어둠 속에서 후회하리라

   절망도 하리라

   검어지는 햇빛 바라보면서

   ‘이런 게 사는 거’라고 위안도 하리라

   온갖 추억과 내일로 난 길

   찰나에 하늘이 거두어 갈 때

   나는 한 마디 자라오른 갈대이리라

   울음 우는 물결이리라

   사랑은 죽어져도 아름다운 것이니라고

   낡고 낡은 이 마을에서

   그래도, 아직도 남을 만한 게 남아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사람이라고

   밤새워 일러주고 풀 아래 눕는

   나는 나는 봄비이리라 

    -현대시2002.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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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