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열매보다 강한 잎』
표4 / 신 범 순(문학평론가, 서울대교수)
사물을 새롭고 높고 넓고 깊게 느끼는 것이야말로 시인의 임무이다. 정숙자 시인은 책 한권 속에서도 자연과 우주를, 물결과 돌 속에서도 각각의 별들을 본다. 시간의 무지막지하고도 달콤하고 강렬한 흐름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의 광대함을 맛본다는 것이야말로 이 시인이 추구하는 진실이다. 그녀가 <간장병과 식초병>에서처럼 생활 속의 사물들을 시보다 더 아름답게 느낄 때, <바닥에서 날개가 꿈틀거리다>에서처럼 삶의 한 장면들을 뒤덮는 구름과 비와 안개들에서 향기를 느낄 때 시의 언어들은 우주를 숨쉬는 날개를 달 것만 같다. 그녀가 버려진 꽃밭을 가꾸듯이, 이 삭막한 도시의 위압적인 빌딩들 아래 잔잔한 사랑의 보이지 않는 양탄자를 깔아 놓듯이 그렇게 살 일이다. 김나현 같은 요정 꼬마의 키스를 받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온 세상의 수박들을 발견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녀의 시는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두 장의 꽃잎들로 피어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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