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열매보다 강한 잎』
표4 / 반칠환(시인)
정숙자 시인이 산을 넘고 있다. 무수한 시인들이 눈보다 희고 얼음보다 차가운 언어의 빙벽을 펜으로 찍으며 넘어갔지만, 『열매보다 강한 잎』은 새로운 루트이다. 무서운 빙벽을 한 발씩 오를 때마다 그는 스스로 다짐한다. “열심히 기는 것이 나는 것이다” ‘산은 넘는 자의 것이다’ “흔들리는 건 정신이 아니다” 절박한 한 걸음 아니면 걸음이 아니라는 듯, 타성의 수평 걸음이 아니라 중력을 거스르는 수직 걸음을 추구한다. 그리고 눈보라에 “길과 하늘”과 “아침”마저 잃어버린 곳에서도 마침내 이렇게 외친다. “사랑은 사랑 말고는 다른 어둠을 알지 못한다”라고. 오래도록 전통 서정시에 천착해온 정 시인의 이번 시집은 시가 단지 언어의 퍼즐놀이가 아니라 자기 내면의 비경을 오르는 것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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