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그들은 어떻게 말하는가/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9. 12. 23:24

 

     그들은 어떻게 말하는가

      -無爲集 9

                                               

     정숙자

 

 

  강변도로 방음벽 아래 능소화 한 송이가 떨어진다

  서녘 햇살이 그 꽃에 더 고운 빛을 던진다

  한강은 잠시 흐름을 늦춘다

  역사란 한낱 덧없는 낙화, 담장에 매달린 구름

  기어올라 피었다 떨어진 흔적

  시인은 바람을, 철학자는 뿌리를, 화가는 줄기를, 음악가

는 잎새를, 군인은 영역을 겨냥한다

  그렇다 나는 지금 택시를 타고

  올림픽대교, 성수대교 남단을 지난다

  미역국 한 들통 싣고 첫아기 낳은 딸네집 가는 길이다 

  토요일 2003년 8월 어제가 광복절                    

  떨어진 능소화 한 송이가 어찌 내 안에 들어와 말을 건

넬까

  달리는 차 안에서 읽거나 쓰면 멀미나잖니? 

  메슥메슥 욕지기가 불룩거린다

  순식간에 뒤쪽으로 사라진 능소화 한 송이가 남은 뜻을

타전해 온다

  만개, ―그거 별것 아니라고

  그만 메모를 멈추라고

  멀미나 다스리라고 미역국이나 잘 붙잡으라고

    -리토피아2005.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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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