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말하는가
-無爲集 9
정숙자
강변도로 방음벽 아래 능소화 한 송이가 떨어진다
서녘 햇살이 그 꽃에 더 고운 빛을 던진다
한강은 잠시 흐름을 늦춘다
역사란 한낱 덧없는 낙화, 담장에 매달린 구름
기어올라 피었다 떨어진 흔적
시인은 바람을, 철학자는 뿌리를, 화가는 줄기를, 음악가
는 잎새를, 군인은 영역을 겨냥한다
그렇다 나는 지금 택시를 타고
올림픽대교, 성수대교 남단을 지난다
미역국 한 들통 싣고 첫아기 낳은 딸네집 가는 길이다
토요일 2003년 8월 어제가 광복절
떨어진 능소화 한 송이가 어찌 내 안에 들어와 말을 건
넬까
달리는 차 안에서 읽거나 쓰면 멀미나잖니?
메슥메슥 욕지기가 불룩거린다
순식간에 뒤쪽으로 사라진 능소화 한 송이가 남은 뜻을
타전해 온다
만개, ―그거 별것 아니라고
그만 메모를 멈추라고
멀미나 다스리라고 미역국이나 잘 붙잡으라고
-『리토피아』2005.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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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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