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후진하다가/ 서동균

검지 정숙자 2020. 2. 15. 01:05



    후진하다가


    서동균



  뒤를 확인하고 후진 기어를 넣고

  발을 떼었다

  스르르 가던 차가

  팍 소리와 함께 멈췄다

  분명히 카메라로 확인했는데

  범퍼에 금이 가고

  은갈치 비늘 같던 도색이 벗겨졌다

  플라스틱을 지지하던 우레탄 범퍼는

  어퍼컷으로 한 대 맞은

  권투 선수의 턱처럼

  일순간 뜨거웠을 거다

  주말마다 세차를 하던 시간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날아가고

  파직! 갈라진 틈은

  길 위에 멍하니 서 있는

  내 머릿속 



   ----------------

   *『계간 파란』 2019-겨울호 <신작> 에서

   * 서동균/ 2011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뉴로얄사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