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가

정재민_ 형제우애 그리고 진정한 사귐의...(발췌)/ 제망매가 : 월명사

검지 정숙자 2020. 1. 24. 16:27



    제망매가祭亡妹歌


    월명사月明師



  생사生死의 길은 /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 몯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 가는 곳 모르온저.

  아아, 미타찰에서 만날 나 / 도 닦아 기다리겠노라.

     -전문, (김완진 현대어 역)



   ▶ 형제우애 그리고 진정한 사귐의 도를 읊은 시가들/ 죽은 형제자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남은 자의 시간들(발췌)_ 정재민

  우리 시가에 있어서 형제 혹은 자매를 소재로 한 가장 오랜된 작품은 월명사月明師「제망매가祭亡妹歌」가 아닌가 싶다. '죽은 누이를 추모하며 제사 지내는 노래'라는 뜻을 가진 10구체 향가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월명사는 평생을 사천왕사四天王寺에 머물렀으며 특히 피리를 잘 불었다고 한다. 일찍이 달밤에 피리를 불며 큰길을 지나갈 때 달이 멈추어 설 정도였다. 그래서 그가 살던 마을을 월명리라 불렀고, 그의 이름도 월명사라 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가히 동서고금을 망라한 피리 연주자의 최고봉이 아닐까. 우주의 운행을 '일시정지'시킨 피리 소리! 상상만 해도 신비롭고 짜릿하다.

  월명사는 죽은 누이동생을 위해 재를 올리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러자 문득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더니 제사상에 올려놓은 지전(紙錢: 종이돈)을 날려 서쪽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지전은 망자가 저승으로 가는 데 필요한 노잣돈이다. 그 돈이 서쪽으로 사라졌음은 곧 누이동생의 영혼이 사방정토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노래에 담긴 내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삶의 허망함과 죽은 누이동생에 대한 그리움이다. 누이동생은 간다는 말도 남기지 못하고 이승을 떠났고, 살아있는 오빠는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인간은 그저 가을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낙엽과 같이 무상한 존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재회에 대한 기원이다. 절대자의 힘에 기대어 죽음이라는 한계를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라서 「제망매가」는 생사에 관한 근본적 사유와 함께 죽음에 대한 초극超克을 노래한 수작이라 할 수 있다.(p.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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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청춘2019-겨울호 <고전산책 - 16 > 에서

 * 정재민/ 1964년 경기 양평 출생, 육군사관학교 국어국문학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저서 『한국운명설화의 연구』『군대유머 그 유쾌한 웃음과 시선』『리더의 의사소통』『문예사조』『사관생도의 글쓰기』『문학의 이해』『불멸의 화랑』등, 현재 육군사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겸 교수학습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