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터미널
한정원
터미널이 시키는 대로 침묵했다
눈물이 가자는 곳으로 보내주었다
고요가 가리키는 오후 여섯 시까지의 기록
회전문 세 번째 칸에 걸려있는 돌멩이를
두 동강이 난 마지막 인사를
흩어진 음성의 투명한 입자들을
교통카드에 끼워 맞췄다
가방의 지퍼를 열고 무언가 찾는 듯
푸른 가죽 속 꽃송이버섯이 단단하게 잡혔다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라는 듯
터미널은 마침표가 아니라 말줄임표로
전광판 위 백 개의 행선지로 깜빡깜빡 흘러갔다
진료기록부에 적힌 라면 부스러기 같은
Terminal- 위의 철자를 읽었어야 했는데
단추를 잠그는 시간에
한마디는 더 할 수 있었는데
짧은 꿈이 오록렌즈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들숨을 굴절시키고 있었다
어둠에 불을 붙여
눈 밝은 미토콘드리아를 추적하듯
슬픈 혀는 아픈 사람의 일생에 달라붙었다
세븐일레븐에서 튕겨나온 김밥 냄새가
쿵, 쿵, 레지스탕스 발자국으로 쫓아왔다
마지막 버스가 시키는 대로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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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학』 2019-겨울호 <권두시>에서
* 한정원/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마마 아프리카』『낮잠 속의 롤러코스터』『그의 눈빛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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