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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원구식

검지 정숙자 2019. 12. 14. 02:32

 

    라스베가스

 

    원구식

 

 

  마돈나, 세상의 절반은 악마의 것. 하필이면 너는

  그것을 탐하느라 인생의 절반을 바쳤다. 만져보아라,

  하루아침에 쭈글쭈글해진 너의 두개골을.

  그토록 원하던 부와 명성을 죽어서 누리니

  살은 썩어 흙으로 돌아가고

  호흡은 흩어져 망자의 바람이 되는도다.

  이제 내 이름은 금으로 새겨져

  영원히 변치 않을 황금사과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해가 떨어지는 하늘 아래

  목놓아 네 이름을 부르겠지만, 대답이 없는

  너는 붉은 비단 천을 두 눈에 두르고, 평생토록

  그리워하는 이를 보지 못하는 고통 속에 놓일 것이다.

  애간장을 녹이는 황홀한 시간이 물처럼 흘러

  푸른 사과의 수육이 될 것이다.

 

  마돈나, 그리하여 세상의 나머지 절반도 악마의 것. 사람들은

  그것을 탐하느라 목숨의 절반을 바쳤다.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집을 팔고 자식을 버리고 마침내

  독이 든 사과를 베어 입에 물었다. 돌아보지 마라.

  하루아침에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자들의 욕심 많은 몰골들을.

  그토록 원하던 환락의 사과를 죽어서 얻었으니

  금을 박아넣은 이빨 사이로

  수은 같은 침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도다.

  이제 종잇장보다 가벼운 뼈들은 모래 무덤 속에 흩어질 것이고

  식은 피는 다시 데워져 황금사과의 수육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사막에선 오늘밤도 악마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람은 고통 속에 살다가

  안락의 불빛 속에 죽는 것.

  그리운 라스베가스여, 너는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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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구식 그림[만물의 이론] <관객(붉은 색 부분)과의 콜라보 낭독-시 4편> 中

  * 금보성 아트센터 / 2019.12.13(금).18:30 ~ 2019.12.19(목)

  * 원구식/ 1955년 경기 연천 출생. 배재고 · 중앙대 · 숭실대 대학원 졸업, 1979년《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월간『현대시』발행인, 계간『시사사』발행인, 계간『미술과담론』창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