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언
전영미
무언가 잠시 반짝인다
찢겨진 너의 그림자 안에서
그렇게 쉽게 뭉개지지는 않을 것이다
너는 네 안에서 눈 뜨고 있으니
어둠을 끌어다 덮고 있는 자여
그대로 잠깐 잠들어도 된다
너는 땡볕 아래 너무 오래 떨었으니
빙하 속에서 조금씩 새어 나오던 자여
이제는 흘러가도 좋다
너는 네 시린 발을 기억하고 있으니
오랫동안 깨진 거울을 들여다보던 자여
서둘러 새 거울을 사야 한다
너는 네 얼굴을 안다고 오해하고 있으니
그렇게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너는 또다시 연한 이파리들이 돋아나는 걸 보았으니
내 말을 전혀 듣지 못하는 자여
결국은 네 스스로 기억해낼 것이다
너는 이미 내게 이 모든 걸 들려준 적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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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2019-11월호 <신작시 # 1>에서
* 전영미/ 2015년『시인동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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